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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출판사 일을 했다.

출판사 일은 정말 재밌었다.

보람은 수업에 비해서 적지만, 뭔가 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기분이랄까?

내가 생각한 로직에 의해서 내 책이 만들어지는 그 오묘한 기분.

그것이 좋았다.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하루에 20시간 일을 해도 즐거웠다.

이 일은 정해진 분량 이상을 더 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에, 내가 더 많이 하면 그만큼 많이 번다.

그래도 정해진 월급만 받고 칼퇴근하는 분들도 많다.

나의 가치관은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기에, 내 삶이 일이었고, 일이 내 삶이었다.


출판사에서 일을 하다가 기독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사립학교에서 교사를 뽑는데, 출판사 사장님께서 약간의 도움을 주셨다.

공식을 쓰지 않고,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서 수학을 공부했던 나에게 학원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학교는 교생이 아닌 교사로서 꼭 도전해보고 싶던 일이었다.

학교 일 또한 열심히 했다.


문제와 그래프를 제작하는 것은 나에게는 일도 아니기에, 많은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도 공식을 이용하지 않고 쉽고 재미있는 수업을 했다고 자부한다.

학생들의 수준을 많이 올렸다고 특별상과 보너스도 받았다.

보람이 있었다.

아이들의 고3 아이들의 입시도 많이 다루다 보니 입시에 대해서도 남들에 비해서 많이 알게 됐다.


학교 일이 줄어들 즈음 슬슬 학원 일도 준비했었다.

학교 일을 그만두고 대치동에서 시작했다.

학원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의 성적을 많이 올렸다는 자부심과 수능 수학 영역 만점 학생들을 내가 지도했다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대치동 학원도 별로 무섭지 않았다.

많은 학원들이 공식딱딱, 유형딱딱의 수업을 할 줄 알았는데, 역시 대치동은 다른 것 같았다.

그런 곳도 있겠지만, 내가 일했던 곳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풀어도 어려운 문제들을 많이 풀어줘야 되는 그런 최상위권을 지도하는 학원이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더 기본 개념으로 돌아가서 개념을 익혀야 된다는 소신이 있었는데, 그것이 원장쌤의 신념과 잘 맞았다.


재미있게 일을 했는데,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내가 학교 일도 했고, 대치동에서 최상위권 아이들을 지도해봤는데, 제일 중요한 것을 빼먹은 것 같은 찜찜함...

최하위권 아이들을 잘 지도하는 '구원자'가 되고 싶었던 나의 초심...

그래서 대치동 학원에서 쌔게 받던 급여도 마다하고, 원장쌤은 더 많은 급여를 약속하셨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됐기에, 다시 가난해지는 한이 있더라도 대치동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학원을 옮겼다.

바둑을 잘 두시는 원장쌤을 만났다.

개인적으로 내가 마음속으로 정말 존경하는 원장쌤이다.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좋아했던 것이 아니다.

나를 정말 많이 배려해주셨고, 무심한 듯 은근히, 그렇게 받다 보니 조금씩 많이 은혜를 입었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신 말과 행동.

큰 것이 아니더라도.

그뿐이다.

아마 평생 감사하게 생각할 분 같다.


이 학원에서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도 지도해봤고, 동기부여를 시켜서 공부를 하게 만들어도 봤고, 많은 유형의 하위권 아이들을 어떻게 케어하고 지도해야 되는지를 배웠다.

대치동 학원에 비해서 이 학원에 좋은 기억은 없지만, 그냥 원장쌤 한 분만으로도 이 학원에 대해서 좋게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지난 몇 년 동안 나에게 절대적인 존재가 출판사 사장님 다음이 원장쌤이었으니깐.


학원 일을 하면서 방과후학교 강사도 같이 했고, 여기서도 중하위권 아이들을 많이 지도할 수 있었다.

이 일을 끝으로 이제는 어떤 유형의 아이들도 수포자를 만들지 않을 자신감이 완성됐다.


다시 학교로 복귀했다.

원래 나의 첫 출발점이었던 그 학교로...

교감쌤님이 내가 꼭 필요하다고 계속 연락을 해주셨다.


학교 일을 하면서 딱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수학'이라는 과목 특성상 긴 수업시간이 필요한데, 그나마 내가 일했던 학교는 수학 수업시간이 다른 학교에 비해서 많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느끼기에는 너무 짧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다 해봤다고 생각했으나 거의 가르칠 일이 없었던...

재수생과 검정고시 통과 후 수능을 공부하는 아이들...

내가 내가 추구하는 방식과 수업시간으로 제대로 키워보자는 생각.


2018년 현재, 이 일을 하고 있다.

45명의 재수생과 검정고시를 통과한 18살, 19살 아이들...

고아도 있고, 가출한 아이들도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이기에 형편이 되는 몇몇 아이들은 이 아이들과 섞이지 않게 따로 다른 장소에서 수업을 한다.


이 아이들에게 돈을 받기가 참 그렇다.

그런데 내가 진정으로 꿈꾸던 것이 '구원자'의 역할.

수학이 재미없는 아이들을 수학이 가장 재미있는 과목으로 만들어주고, 수학을 못하는 아이들을 수학을 잘하게 만들어주고...

그래서 내가 직접 문제 수와 모든 타입의 문제가 있는 나만의 책을 만든 것이다.

아이들이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배우면서 1등급까지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많이 연구하고, 수정하고, 그동안의 수업을 통해서 보완하고, 삭제하고, 보충하고...

돈...

수업으로 돈벌이하기는 싫었던 마음도 있었는데, 이참에 수학 자료를 제작하면서 돈을 벌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수업으로는 돈벌이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단기적으로는 아이들에게 수학을 쉽게 느끼게 만들어서 잘 하게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아이들이 입시에 성공하는 역전극을 만들어내고, 궁극적으로는 그 아이들이 나를 통해서 겨자씨 한 알만큼이라도 예수님의 사랑이 뿌려져서 자발적으로 교회를 나올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한다.

지금 하는 일이 물질적으로 보면 답이 안 나오지만, 돈이 필요하면 잠을 잘 시간을 더 단축해서 문제를 만들어 팔면 그만이다.

물질을 매우 좋아하지만, 지금 있는 아이들에게 무슨 콩깍지가 쓰였는지 45명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비록, 사고도 많이 치고, 그것을 수습할 때마다 가끔은 아이들이 밉기는 하지만...



Posted by 아쌤수학
댓글 1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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