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

식사 한 번 하자는 연락 때문에 짜증 나서 스마트폰을 부쉈다. (2022.11.11)

아쌤수학 Isaac Yu 2022. 11. 11.

제목 : 식사 한 번 하자는 연락 때문에 짜증 나서 스마트폰을 부쉈다.

 

   요즘 여기저기서 같이 식사 한 번 하자는 연락이 온다. 일단 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저녁에 식사를 하

지 않는다. 아침에는 직접 요리해서 먹고, 평일 점심 식사는 급식 나오는 것으로 때운다. 남는 것은 주말 점

심 식사... 주말에도 점심 식사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다. 괜히 주말에 약속을 잡았다가 취소할 때가 많았다.

시간이 없어서... 흔한 핑계 같지만 진짜 시간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내 시간이 없다. 분명히 내 시간인데

내 시간이 아니다. 내 시간을 내가 운영할 수 없다. 마이크 잡고 수학을 떠들어야 되는 곳이 생기면 서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떠들어야 한다. 내 시간을 내 멋대로 쓸 수 없다. 그렇게 됐다. 현대판 수학 노

... 자발적 수학 노예... 내가 원하던 삶이다. 그래서 행복하다. 트로트 노래의 가사처럼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을 건너서라도 수학을 떠들 수는 없겠지만, 서울 안에서는 어디든지 수학을 떠들어야 하는 곳이 생기

면 한강 정도는 건너줄 생각이 있다. 서울 어디든지 나에게 수학을 떠들라고 마이크를 켜주는 곳이면 즐거

운 마음으로 간다. 그래서 주말에도 약속을 잡아서 점심 식사를 하기 힘들다. 주말에는 수학을 떠들다가 근

처 동네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해서 즉흥적인 만남을 갖고 점심 식사를 한다. 근처 동네에 사는 지인이 없거

나 약속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혼밥을 할 때가 많다. 내 시간의 주인은 내 것이 아니다. 자는 시

간을 제외하고는 내 시간의 주권을 포기했다. 수학과 관련 있는 사람에게는 내 시간의 주권을 얼마든지 내

어줄 생각이지만, 수학과 관련 없는 내 인생에 있어서 의미 없는 사람 따위에 내 시간의 주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 수학과 관련 없는 사람들과는 연락하지 않고, 약속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점점 고여간다. 내 인간관계가... 내 삶이... 고인 물은 썩는다. 수학을 하면서 썩고 싶다. 지력이 오래가서

60대가 돼서도 수학을 떠들고 싶다. 지력은 지금이 최댓값이다. 지금처럼 나를 불러주는 곳이 많고 지력이

멀쩡할 때 조금이라도 더 수학을 떠들고 싶다. 요즘 내 수업자료로 수업을 하다 보면 20대 때 수업자료를

많이 만든 과거의 나에게 깜짝깜짝 놀란다. 이게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일까? 지금 하라고 하면 시간이

없어서 못하기도 하겠지만, 시간이 생겨도 힘들 것 같다. 20대 때는 규칙적인 식사 따위 하지 않았다. 20

초반에 가난했기 때문에 식사를 거를 때도 있었지만, 가난하지 않았을 때도 식사를 했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수업자료를 만드는 것을 포함해서 수학 관련된 일을 할 때의 행복보다 클 때 식사를 했다. 그러다

보니 금식하는 날이 가끔 있었고, 식사시간이 매우 불규칙했다. 이런 나에게 수학을 하지 말라는 말은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다. 수학과 관련 없는 친목을 하는 것은 사형선고까지는 아니어도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나에게 친목을 강요하는 사람은 나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요즘 여기저기서 식사 한

번 하자는 연락을 받을 때마다 스마트폰을 부쉬고 싶었다. 그래서 부쉈다. 2병 걸린 것 같다. 식사 한 번

하자는 연락 수십 통에 짜증이 폭발해서 스마트폰을 현관문을 향해 던져서 부쉈다. 연락이 알아서 다 씹히

니 기분이 좋다. 오히려 행복하다. 연락이 안 되니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온다. 다 차단하고 있다. 아주 높은

사람이 아닌 이상 나와 수학으로 관계되지 않은 사람은 누구도 만나지 않을 생각이다. 그 누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