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부렁

퇴근하다가 은사님을 묵상했다. (2024.10.15)

아쌤수학 Isaac Yu 2024. 10. 15.

제목 : 퇴근하다가 은사님을 묵상했다.

요즘 시간표를 정리하다 보니 내가 가르치는 학생님들이 세 분류로 나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일반 학생님들... 그냥 정해진 시간만 수업해준다. 두 번째는 내가 적당히 이뻐하는 학생님들... 시간이 나면 수업해준다. 세 번째는 넘넘 이뻐서 내가 가장 아끼는 학생님들...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수업해준다. 첫 번째의 일반 학생님들과 두 번째의 내가 적당히 이뻐하는 학생님들은 조건이 붙는다. 정해진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만 수업하거나 시간이 나면 그 시간을 더 수업한다. 그런데 세 번째의 넘넘 이뻐서 내가 가장 아끼는 학생님들은 조건이 붙지 않는다. 무조건이다.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니 나도 이쁨을 많이 받았던 적이 있었다. 은사님 생각이 난다. 그 은사님이 나에게 붙여준 별명이 ‘Yuderella’... 유데렐라... 라떼는 말이지... 암기를 다 할 때까지 집에 못 갈 때가 있었다. 잠깐 졸기라도 하면 욕 소리와 함께 의자가 날아다니고 종아리에 피멍이 들 정도로 맞았다. 종아리에 피멍이 가득해서 맞을 곳이 없으면 발바닥을 뚜들겨 맞았다. 자정이 되면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와 다르게 유데렐라인 나는 자정이 되면 마법이 붙어서 암기력이 급상승했다. 나 같은 몇몇 김델레라, 이데렐라, 박데렐라 빌런들 때문에 자정이 넘은 새벽 늦게까지 집에 못 가시던 은사님이 계셨다. 어떤 날은 암기를 다 하지 못해서 은사님과 해 뜨는 것을 봤다. 참 처절하게 공부했었다. 은사님이 나에게 가르쳐 주신 과목은 수학과는 공부법이 많이 다른 과목이지만 내가 수학을 잘하게 된 비결 중 하나가 은사님께서 나에게 심어준 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계획한 것을 지켰다. 모르는 것을 다음 날로 미루지 않았다. 은사님을 만난 것이 내 인생에 있어서 큰 행운이었다. 은사님도 지금의 내가 학생님들에게 하는 것처럼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나와 내 친구들을 봐주신 것이다. 지금도 옛날 친구들을 만나면 꼭 은사님 이야기를 나눈다. 갚을 수 없을 정도의 은혜를 입었다. 요즘은 법이 바뀌면서 22시 넘어서 수업을 할 수 없다. 22시 넘어서는 학생님들을 위층 자습실로 보낸다. 그리고 빈 교실에서 수업자료를 새벽 늦게까지 만들고 퇴근한다. 옛날처럼 자정까지 수업을 못 하는 대신 아침 일찍 수업을 시작한다. 새벽 늦게 잠을 자서 아침 일찍 수업하다 보면 잘 시간이 부족하다. 부지런하다고 칭찬해주는 분들이 훠어어어어어얼씬 많지만... 주변에서 나를 지독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건강이 중요하다고 하시는 건강러들이 많다. 내 생각에는 그냥 빨리 죽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오래 살아봐야 다음 세대에 민폐만 끼칠 뿐이다. 늙으면 지혜가 생긴다고 하는데 다 개소리 오브 개소리! 그냥 늙은 사람들 듣기 좋으라고 하는 개뼛다구 헛소리일 뿐이다. 늙으면 다 멍청해진다. 늙으면 멍청해져서 나 같은 사람은 늙으면 쓸모가 없다. 지금은 빠당빠당하니 쓸모가 있을 때 지독하게 살다가 늙어서 쓸모가 없어지기 전에 병 얻어서 죽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새벽 230분에 책상을 정리하고 퇴근했다. 아침 일찍 재수생님들 수업이 있다. 이런 빡빡한 삶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 정도로는 안 죽는다. 추해지기 전에 죽으면 오히려 좋다. 퇴근하면서 은사님 생각이 많이 났다. 은사님이 계신 곳을 갈 일이 없다. 없는 시간을 내야 한다. 은사님은 없는 시간을 내서 나에게 다 쏟으셨는데... 참 나는 패륜이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은사님 만나러 가야겠다. 일단 수능이 끝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