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부렁

텅 빈 교실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2024.12.01)

아쌤수학 Isaac Yu 2024. 12. 1.

제목 : 텅 빈 교실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연세대에 다니던 보조쌤님들이 다 떠났다. 3 학생님들을 주로 가르치다 보니 학생님들도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정도만 남았다. 텅 빈 교실을 청소했다. 청소할 것도 없이 깨끗한데, 금요일은 빡세게 청소하는 날이라 습관적으로 청소했다. 썰렁한 교실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려고 했는데, 많이 사랑했는데도 후회가 남는다. 후회 없는 사랑은 모순인 것 같다. , 시간, 에너지, 감정을 쓰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배워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그것에 투자한다고 보조쌤님들에게 많은 돈을 쓰지 못했고, 학생님들에게 작년보다 시간을 더 쓰지 못했다. 다시 보조쌤님들을 모아서 지금까지 하던 일을 할 엄두가 안 난다. 예전에는 남들보다 앞서나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대학생 때는 컴퓨터를 잘 다룰 줄 아는 고급 인력이었다. 나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 컴퓨터를 잘 다루는 능력으로 대학생 때 학비와 용돈을 짭짤하게 벌었다. 당시에는 코딩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대단한 능력이었지만, 지금은 코딩을 못 하는 사람이 더 적은 것 같다. 거의 개나 소나 다 하는 지경이다. 지금도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 수업자료를 만들 수 있는 능력... 수업자료를 직접 만들어서 수업할 수 있었다. 지금은 AI가 수업자료를 만들어준다. 아직 퀄리티는 내가 직접 만드는 수업자료에 한참 못 미치지만... 싸구려 동네 학원에서는 AI로 수업자료를 만드는 것 같다. 지금은 구려도 나중에는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머지않아 수업자료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나만의 강점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수학을 깊게 공부하면서 얻은 나만의 수학 체계가 있었다. 지금은 집단지성으로 만든 나무위키 문서로도 충분히 깊은 수학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심지어 부전공으로 배운 작곡까지도 AI가 딸깍 한 번에 무료로 해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다 보니 남들보다 한 스텝을 더 가야 한다고 걱정하는 마음에 또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수업자료를 만들면서 오랫동안 돈을 벌었고, 고등학생님들에게 수학을 떠들면서 살았다. 수학을 꾸준히 사유하고 공부하며 살았다. 군대에 가서도 휴가를 써서 수학을 공부할 정도로 수학은 어떤 상황에서도 평생 사유하고 공부할 생각이다. 그런데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한 스텝을 더 가야 한다. 내가 주전공으로 하지 않았던 수학의 분야가 있는데, 이것까지 다 논문을 써야 한다. 지금까지 수학 중에서도 통계학이라는 한 우물을 깊게 판 느낌이 있는데, 여러 우물을 파야 한다. 그래서 텅 빈 교실을 청소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던 것 같다. 올해까지는 항상 교실이 꽉꽉 찼다. 수업을 개설하면 바로 마감됐다. 지금까지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여유가 있어서였다. , 시간,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나를 더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나에게 돈, 시간,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망설여진다. 수업을 개설해서 텅 빈 교실을 채울 것인지, 나를 더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수업을 조금만 할지를 고민 중이다. 지금은 수업을 조금만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90% 정도를 줄일 생각이다. 나중에 다시 수업을 많이 할 때가 있겠지만, 내년은 아니다. 빨라도 내후년. 늦어도 지금 교육과정이 완전히 없어지는 3년 후. 수학을 아주 깊게 연구하는 수학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기쁘면서도 아쉬움이 있다. 미련이 남는다. 머리로는 수업을 줄여야 한다고 하는데, 마음으로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일정표에 수업을 꽉꽉 채우고 싶다. 일단은 머리가 시키는 대로...